2023.10.04
블루 플레임

리퀘

 

 


 

 

 

흉흉한 소문이 돈다. 야마도 같이 돈다. 세상에 어느 겁대가리 없는 새끼가 이능력자 모임 숙소에서 깽판이야. 사건의 발단은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느 때처럼 새벽에 마시러 나오던 써니는 가오 없게 뒤로 나자빠졌다. 부엌에서 희미한 형체가 그를 놀래키고는 미소 지으며 사라졌기 때문이다. 순진하게 귀신이라고 믿진 않았다. 초능력자와 인공 신체 구조를 가진 사람들이 당장 방에서 살아 숨쉬는데 저런 능력 하나쯤 없겠어. 그래서 당일 아침에 당장 니지산지로 처들어갔다. 숙소 씨씨티비 녹화본(이능력자 숙소에는 감시 카메라가 있다) 내놔요. 싸가지 없게 대뜸 말하는 것에도 본부장은 덤덤하게 턱짓했다. 저쪽으로 . 여긴 연구 부서잖니.

 

그래서 그말대로 착하게(과정은 착하지 않았지만) 그곳으로 써니는 녹화본을 확보하여 일단 혼자 봤다. 나머지를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펄거는 괜찮겠지만 우키는 잔걱정이 많고 알반은 너무 어려서. 대장인 내가 봐야지, .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화면이나 봤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지. 부엌 감시카메라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오직 써니 홀로 나자빠지는 것만 생생하다. Fuck. 노란 머리 경찰은 땅에 떨어진 가오 줍고 회사 나왔다. 어둑한 골목에서 숙소로 통하는 포탈 생성시키며 곰곰이 생각했다. 이러면 말이 달라지니까. 멤버들에게 보여주자고. 

 

어떤 motherfucker. 립오일이 사라졌어.”

 

알고봤더니 부엌에 놔둔 우키 립오일 사라지고 펄거 노트북이 사라졌으며 알반 간식이 사라졌댄다. 개중에서 제일 빡친 우키다. 아끼는 립오일이라 부엌에 두고 무언갈 먹고 후에 계속 보충해서 바를 목적이었는데 그게 어그러진 거다. 우키 주변에서 심상찮게 기운이 일렁인다. 오우. 우리 부서지겠어. 알반이 태평하게 말한다. 

 

우키 빡치고 알반 바나나 먹방하는 가운데 써니가 패드를 가운데 내려놓는다. 이것 . 분명 무언갈 봤어. 하지만 사라졌다고. 혼자 얼마나 쪽팔렸는지 알아? 우키가 미묘한 낯으로 변한다. 그걸 봤어야 했는데. Fucking cute 했을 거야. 써니는 이마 짚는다. 그게 문제가 아니지요. 

 

수를 써야 . 우리 일주일 동안 현상에 시달리고 있잖아. 명색이 이능력자 모임인데도 말야.”

그렇지만 써니. 탐지견 같은 추적 능력은 없어.”

 

우키가 고개를 내젓는다. 지켜보던 펄거가 곧장 알반에게 말을 건넨다.

 

네가 고양이 같은 감각으로 찾아보는 어때. 집고양아 밥값할 시간이 됐어.”

아이씨, 집고양이 아니라고! 위대한 팬텀티프 알반!”

“…, 그래 그만 얘들아. 그만. 탐지견 얘기 꺼낸 잘못이야.”

 

하지만. 유령인가 뭔가가 우리에게 딱히 해가 되는 짓은 없잖니.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봤을 말이야. 아끼는 립오일이 없어졌지만. 다른 물건들도 없어졌다가 돌아왔다가 하고 있으니까. 우키의 말에 왁왁대며 싸우던 펄거와 알반이 나란히 고개를 끄덕인다. 거기에 덧붙여 알반은 푸른 무언가를 봤다고 증언한다. 

 

유령인데 푸른 색이야? 그딴 있어.”

 

이래서야 상황만 복잡해졌다. 써니는 꺼슬한 얼굴을 문지르며 시름에 잠긴다. 잡을 방법이 없다. 잡을 자신도 없다. 그렇다고 럭시엠에게까지 도음 요청하고 싶진 않다. 분명 주술사는 해내줄 테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간사해서. 증명해보고 싶은 거지. 우리끼리도 해결할 있다는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우리 아버지는 미래에 있지만. 얄리 얄리 얄라셩.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중에 하나는 유령을 보겠지. 

 

본격적으로 잡으려 들지는 않았으니 지지부진 거야. 이제 잡아보자.”

 

 

 

 

🔗

 

 

 

 

망했다. 잡긴 잡아. 넷은 허탕만 쳤다. 밤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유령 비슷한 것은 넷을 농락하곤 혀를 내밀고 사라지곤 했다. 약이 오르려 해도 어쩔 없이 오르는 상황이다. 능력 파장이 아직 현재에 완전히 맞지 않아 내내 곤두선 신경을 하고 있는 우키는 더더욱 그렇다. 그는 이제 다크서클이 콧망울까지 내려왔다. 윙윙 거리는 것도 짜증나는데 이젠 헛것까지 보여. 굿을 받아볼까봐. 갑자기 난데없는 한국의 민속신앙 이야기다. 아니면 태국으로 가보는 어떨까. 랑종 봤잖니. 굿 비슷한 있던 같은데. 정신이 온전치 못하니 자꾸만 헛소리가 는다. 심각한 사태다. 

 

좋아. 그럼 최후의 방법을 쓰자. 원래 이런 것까진 하려 했는데.”

 

오늘부터 . 써니의 단호함에 모두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나 자나 어차피 잠을 이뤘으니 샌다고 해봤자 달라질 없다. 어쨌든 손해는 아니다. 나쁘지 않아. 이제 특훈 받는 거라고 생각해. 

 

밤을 새는 동안 수염이 시퍼렇게 올라오고(우키 제외) 다들 피부가 꺼슬해졌으며(우키 제외) 야식을 자동으로 먹게 되어 살이 조금씩 모두 올랐다(우키 제외). 귀신인지 뭔지 모를 것이 미안했는지 그동안 훔쳐갔던 것들은 죄다 돌려줬다. 녹틱스로서는 더욱 빡치는 상황이다. 언제 왔다 갔는지도 모르게 돌려 놓고 갔다는 . 아니 한번쯤은. 번만이라도 얘기해 있잖아. 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뭔지. 이런 주제에 대해 얘기 나눌 있잖아. 우릴 힘들게 하고 있는 이유. 아직 여기에 머물러 있는 이유. 들을 수나 있으면 원한 풀어줄 수도 있는데 그게 안되니 미치고 팔짝 지경이었고. 

 

이제 진짜 야미노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나 고민하던 8일차 . 유령은 덜미가 잡혔다. 정말 다행이지. 우키는 누구 하나 잡아서 족치려다가 말았다. 써니도 부하들에게 내리는 명령이 난폭해졌다가, 다시 유순하게(비교적) 돌아왔다. 알반이랑 펄거는 많던 모두 사라져서 침묵을 지키다가, 이제는 다시 시끌벅적 해졌다. 우키는 차라리 그때가 좋았다고 가끔 회상한다. 

 

8일차 밤은 조금 특별했다. 그날따라 야식이 먹고 싶지도 않았고 딱히 졸린 사람도 없었다. 보통은 불침번을 세우곤 했는데 그땐 눈이 말똥말똥 했다. 서로 농담 따먹기나 하던 새벽 2 반에, 희끄무레한 것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알반은 너무 놀라 꼬리가 , 터졌다. 

 

희끄무레하지만 푸르른 . 약간은 날카로운 인상이지만 눈은 슬펐다. 주변엔 동그랗고도 뾰족한 것들이 둥둥 떠다녔다. 

 

.

 

마침내 그것의 정체를 모두가 알게 됐다. 해가 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무해하다고도 없었던 . 펄거는 조용히 달력을 응시했다. HAPPY HALLOWEEN! 알반이 크레파스로 삐뚤빼뚤 써놓은 할로윈 글자가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할로윈. 잊혀져 가던 자들이 아주 잠깐 돌아오는 . 아주 잠깐 숨이 붙어 그리운 사람에게로 가는 . 

 

모두에게 그리운 사람이 찾아온 거다. 한동안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 말을 이을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단지 모두 그를 조금 눈에 담으려 애썼을 뿐이다. 희끄무레한 형체는 펄거가 그랬던 것처럼 달력을 흘긋 보고선 환하게 웃었다. 입이 오물거렸다. 귀여워. 여전히 똑같네. 그리곤 금세 얼굴이 굳었다. 시계를 본다. 고개를 내젓는다. 손목을 툭툭 치는 모션을 취했다. 이제 가야 . 

 

모두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환하게 웃으며 그를 보냈다. 그래야 같았다. 우리는 울지 않아. 흩어지지도 않아. 그러니 너도 내년에 다시 . 우리는 항상 여기 있을게. 희끄무레한 것은 망설이다가, 얼굴을 주억였다. 그리곤 사라졌다. 

 

해피 할로윈!

 

삐뚤빼뚤한 형형색색의 글자처럼. 연기는 사라지고 사람만이 남는다. 한동안 말이 없는 그들에게 써니가 입을 열었다.

 

내년에도 오라고 했으니까 거야.”

 

우키가 끄덕였다. 알반은 뒤늦게 눈물을 터트렸다. 펄거는 알반의 등을 쓸며 달랬다. 

행복하지만 슬픈 할로윈이었다. 그러나 내년이 기대되는 그런 할로윈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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